88화
88화
Episode 18. 독자의 싸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도깨비의 목소리.
하급 도깨비 무리가 불난 집 구경이라도 하듯 허공에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개중에는 비형의 모습도 보였다. 녀석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휘파람을 불며 딴청을 피웠다.
무리의 중앙에 있던 도깨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도깨비는, 서울시 전체를 향해 말하고 있었다.
[서울시의 화신 여러분! 조금 불행한 소식 하나를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방금 어떤 분들의 삽질로 인해, ‘재앙’ 중 하나가 강동구에서 깨어나고 말았습니다.]
웃는 도깨비의 눈이 나와 마주쳤다.
저 자식이?
[하아, 여러분들의 한숨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군요. 벌써 강동구에서 이탈하려는 분들도 보이네요. 하하, 여러분. 말은 끝까지 들으셔야죠. 지금 그렇게 도망가시면 분명 나중에 후회하실 겁니다. 왜냐하면 이 ‘재앙’은, 당신들에게 분명 기회가 될 거거든요.]
도깨비는 유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코인 모으느라 힘드시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다 압니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이 무너지더니, 이상한 놈들이 코인을 거둬가질 않나. 어제까지 친구였던 놈들이 갑자기 칼질을 해대질 않나. 그나마 회사라도 안 나가서 다행이다 싶었더니 아니 이게 웬걸, 이젠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이 당신들에게 말합니다. “야, 엉덩이 좀 흔들어 봐. 100코인 줄게.”]
[소수의 성좌들이 낄낄대며 웃습니다.]
하지만 도깨비는 웃지 않았다.
[여러분들이 느끼고 계실 그 좆같음, 저도 이해합니다. ‘에라 씨발. 어차피 세상도 다 망했겠다, 내 마음대로라도 살아보자’ 싶어 용기를 냈는데, 벌써 이 세계는 될 놈과 안 될 놈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절망감. 열심히 엉덩이를 흔들어서 간신히 구한 여러분의 성좌가, 원래부터 잘났던 놈에게 들러붙은 성좌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느꼈을 패배감. 불공평한 세상에 대한 여러분들의 분노.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몇몇 성좌들이 도깨비의 연설에 반발합니다.]
말하는 걸 보니, 보통내기가 아닌 녀석이었다.
담력이 약한 하급 도깨비는 저런 짓을 못한다. 성좌들의 반발을 조금이라도 사면 자기 채널이 망한다는 걸 아니까.
하지만 그건 소수 채널일 때의 얘기고, 큰 채널을 가진 도깨비들은 배포부터가 다르다.
그들은 이야기의 법칙을 안다.
구독좌에게 아부하고, 소수의 취향에만 연연해서는 커다란 이야기를 굴릴 수가 없다.
진정한 이야기꾼은 ‘관객’이 아닌 ‘인물’을 상대해야 한다.
나는 연설을 이어가는 도깨비를 자세히 관찰했다.
[그런 여러분들을 위해, 제가 준비했습니다. 운이 없고, 재수가 없고, 노력을 안 해서 아직도 ‘안 될 놈’인 당신들이, 하루아침에 ‘될 놈’이 될 기회를 말입니다!]
정수리에 돋아난 뾰족한 외뿔. 새하얀 케이프의 자락 사이로, 외뿔에 수미쌍관처럼 대응하는 외다리.
잠깐만, 설마 저 자식······ ‘독각(獨脚)’인가?
그 순간 허공에 거대한 스크린이 떠올랐다. 그리고 스크린 속에는, 피를 흘리며 달아나는 한 소년이 있었다.
[자, 지금 보고 계신 이 소년은 그야말로 걸어다니는 SSS급 아이템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버릴 게 하나도 없다고나 할까요? 그의 이름은 ‘명일상’. 운 좋게 스타 스트림의 선택을 받아 이계에 다녀온 놈입니다. 다들 한 번쯤 상상해 보셨죠? 갑자기 다른 차원으로 소환되어 강력한 힘을 얻고, 귀여운 엘프 여자친구와 뜨거운 밤을 보내고, 세계를 구한 후 용사로 추앙받는 상상! 그렇습니다. 이 빌어먹을 녀석이 바로, 오늘 여러분들이 잡을 ‘재앙’입니다.]
어쩐지 이상하다 했다.
중급 도깨비의 빈 자리를 하급 도깨비들이 대신하고 있는 게 의아했는데, 저런 메이저 채널의 도깨비가 있으니 가능하지.
[벌써 여러분들의 원성이 들리는군요. SSS급으로 몸을 둘둘 감은 녀석을 대체 어떻게 잡냐고요? 하하, 걱정마시기 바랍니다. 녀석에게는 지금 패널티가 걸려 있거든요. 그의 힘은 봉인되어 있습니다. 강하긴 하지만, 여러분들이 다 같이 두들겨 패면 잡을 수 있는 보물 창고란 얘깁니다.]
“······소름 돋는 새끼네 저거.”
한수영이 혀를 찼다.
작가인 그녀는 벌써 도깨비의 의도를 파악한 모양이었다.
‘재앙’을 ‘재앙’이라고 부르면 아무도 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 재앙이 허울뿐인 ‘보물 창고’라고 한다면?
[아직 여러분 인생은 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운이 아주 좋다고 할 수 있죠. 제가 지금부터 제공하는 이 ‘서브 시나리오’는, 당신들의 인생을 역전시킬 훌륭한 발판이 될 겁니다. 자, 기회는 오늘 하루뿐입니다! 지금 당장 움직이세요! 남들보다 빠르게 움직인 자만이, ‘SSS급 아이템’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곧 저 목소리를 듣고, 서울 전역에 흩어져 있던 화신들이 강동구로 모여들게 될 것이다.
[서브 시나리오가 갱신되었습니다.]
+
<서브 시나리오 ― SSS급 사냥>
분류 : 서브
난이도 : B ~ ???
클리어 조건 : SSS급 용사 ‘명일상’을 제거하시오.
제한시간 : 없음
보상 : 50000코인, ???
실패 시 : 서울 돔 멸망
+
최악의 시나리오가 결국 시작되고 말았다.
허공에서 붉게 빛나는 ‘실패 시’의 결과 때문인지, 이제껏 한 번도 없었던 막대한 보상 내역이 초라해 보였다.
“빨리 찾아야 돼. 다 죽기 전에.”
“······저 자식 저런 짓 해도 개연성 문제없는 거야?”
“개연성은 다수의 성좌가 재미있을 것 같다고 판단하는 순간 어느 정도 상쇄가돼.”
그것이 도깨비들이 자극적인 시나리오를 선호하는 이유다.
많은 성좌들이 원하는 이야기는, 성좌들이 스스로 개연성을 떠안는다.
물론 실패한다면 폭풍은 온전히 도깨비의 몫이 되겠지만, 지금 같은 경우는 다르지.
[상당수의 성좌들이 눈을 반짝입니다.]
만약 독각의 의도대로 흘러간다면, 서울은 다섯 번째 시나리오가 시작되기도 전에 끝장나게 될 것이다. 한수영은 곧바로 모든 마력을 동원해 아바타를 소환했다. 그리고 5분쯤 지났을까.
“찾았어. 여기서 북서쪽으로 2km 지점!”
나는 한수영의 본체와 함께 길을 따라 달렸다. 곧 두런두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다! 놈이 저기 있다!”
“저 새끼가 이계에 갔다 온 놈이야!”
이미 몰려든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명일상은, 밀려온 군중들에게 포위되어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어······ 맞습니다. 그게 바로 접니다.”
“재수 없는 새끼! 거기서 재미 좀 봤겠지?”
“재미라면 여럿 있었죠······.”
“존나 부러운 새끼······ 야! 다들 죽여버려!”
열등감에 찌든 인간들이 이렇게 많다는 게 새삼 놀라웠다.
허공을 휘젓는 칼날 몇 개를 피해낸 명일상이 물었다.
“그렇게 부러우면 여러분도 거기 보내 줄까요?”
“뭐야, 우리도 갈 수 있는 거냐?”
“그럼요. 당연히 갈 수 있죠. 진짜 가고 싶은 거 맞죠?”
“갈 수만 있다면 당연히 가고 싶지! 이딴 좆같은 세계보다야······.”
고개를 끄덕인 명일상이 군중들을 향해 오른팔을 내밀었다.
[귀환자 ‘명일상’의 여덟 번째 봉인이 해제됩니다.]
[귀환자 ‘명일상’의 아홉 번째 봉인이 해제됩니다.]
······.
“그럼 잘 가요. 거기가 여기보다 나을진 모르겠지만.”
“뭐?”
[귀환자 ‘명일상’의 열두 번째 봉인이 해제됩니다.]
[귀환자 ‘명일상’의 열세 번째 봉인이 해제됩니다.]
[귀환자 ‘명일상’의 열네 번째 봉인이 해제됩니다.]
······.
까마득히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옅은 절망감이 찾아왔다.
이미 늦었다.
“왜냐하면 거기, 내가 멸망시켜 버렸거든요.”
[귀환자 ‘명일상’이 ‘중흑염포(中黑炎砲) Lv.3’를 발동합니다!]
나는 한수영을 낚아채 건물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보랏빛 섬광이 건물들의 숲을 뒤집었다. 대여섯 채에 이르는 고층 빌딩들이 반파되었고, 거리 하나가 통째로 사라졌다. 녀석을 향해 달려가던 사람들은 뼛가루조차 남기지 않고 분해되었다.
단일한 개체로 ‘재앙’이 될 수 있는 존재.
저것이 ‘귀환자’의 진짜 힘이었다.
곁에 있던 한수영의 몸이 맥없이 주저앉았다.
“미친······ 저걸 어떻게 이겨?”
이것이 진짜 공포였다. 스킬의 영향이 아닌, 그 자체로 몸이 떨려오는 공포. 나는 저항하듯 말했다.
“이길 수 있어.”
“개소리하지 말고 돌아가자. 저거 절대 못 잡아.”
“아냐. 잡을 수 있다니까. 지금 잡으면 보상도 더 좋을 거야.”
[인물 ‘한수영’이 ‘거짓 간파 Lv.2’를 발동합니다.]
[한수영은 해당 발언이 진실임을 확인하였습니다.]
한수영의 눈이 커졌다.
“······진짜야? 아까는 절대 못 잡을 것처럼 굴더니?”
“사람이 한 가지 생각만 하고 어떻게 사냐?”
내 말은 절반만 진실이었다.
실제로 원래 계획은 강해진 ‘질문의 재앙’을 물리치고 두 번째 설화를 쌓는 것이었으니까.
다만 문제는, 내 계획이 [바람의 길]을 배웠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 이계에 가고 싶은 사람 없어? 손들어 봐! 내가 보내 줄게!”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이 달아났다.
명일상의 기척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반투명한 창과 함께 유중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면으로 싸우면 승산은 없다.
―알아. 그래도 해 봐야지.
―왜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든 거지?
―뭐?
―몇 번이나 기회가 있었다. 이설화를 죽였더라면. 혹은 리카온과 합세해 앤티누스를 죽였더라면, 네놈은 재앙을 막을 수 있었어.
변명을 하려면 못할 것은 없었다.
이설화를 죽이지 않은 것은 유중혁 때문이었고, 리카온과 합세하지 않은 것은 끼어들 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으니까.
―난 너같은 회귀자가 아니야. 실패하면 끝이니까,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끝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지 않으면······.
―신중? 건방 떨지 마라. 네놈이 성좌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 미래를 좀 안다고 해서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군가 명치를 세게 때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우습게도, 유중혁의 말이 일부 맞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용 스킬, ‘제4의 벽’이 가동 중입니다.]
원작을 안다는 오만. 이야기가 뒤틀려도, 어떻게든 수를 낼 수 있다는 생각.
어쩌면 그것이 상황을 여기까지 이끌었다.
―그럼 잘난 네가 좀 싸우지 그러냐? 나 같은 노답 믿지 말고.
―재능 핑계대지 마라. 꼭 [바람의 길]이 있어야만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있어야 이길 수 있거든?
잠시 유중혁은 말이 없었다. 한심하다는 듯한 침묵에 내가 대꾸하려는 순간, 유중혁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내 특성은 ‘프로게이머’다. 네 특성은 뭐지?
―뭐?
―네가 잘 할 수 있는 건 뭐냐고 물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머릿속, 저 깊은 무의식 어딘가의 귀퉁이가 간지러운 기분이었다. 중요한 뭔가를 놓치고 있는 듯한 느낌. 하지만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찾았다! 아직 안 간 사람.”
모퉁이에서 호러처럼 명일상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한수영이 신음을 흘렸고, 나는 한 발짝을 물러섰다.
“······어? 아까 그 헌터 협회 사람들이네?”
명일상이 웃으며 다가왔다.
“잘 됐다. 마침 만나고 싶었는데. 당신들 때문에 내 멋진 데뷔 계획이 다 망한 거 알아?”
“······.”
“나 착하게 살려고 했다고. 갑질하는 S급 화신들 좀 죽여 주고, 나쁜 그룹들 격파해 주고, 예쁜 누나들은 사랑해 주고. 근데 이게 뭐야. 나 완전히 악당 됐잖아. 어쩔 거야 이거?”
나는 대답하는 대신, 칼을 그러쥐었다.
[성흔, ‘칼의 노래 Lv.1’를 발동하였습니다!]
[충무공이 남긴 소절이 당신의 검에 깃듭니다.]
「오늘 신이 진실로 죽음을 각오하오니, 하늘에 바라건대 반드시 적을 섬멸하게 하여 주소서」
백사집에 기록된 충무공의 문장들.
다행히, 충무공이 이번에는 내 편을 들어주었다.
[성흔 ‘칼의 노래’가 효과를 발휘합니다!]
[죽음을 앞둔 결의가 당신의 전투력을 향상시킵니다.]
나는 내가 가진 마력을 한꺼번에 쥐어 짜냈다.
[‘신념의 칼날’을 발동합니다!]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신념의 칼날.
나는 놈을 향해 달려갔다.
까아앙!
명일상의 손이 가볍게 ‘신념의 칼날’을 쳐냈다. 손아귀가 꺾일 듯한 통증. 단지 한 번의 합을 겨루었을 뿐인데, 똑똑히 알 수 있었다. 명일상의 종합 능력치는, 이미 시나리오의 제한 기준을 한참이나 넘어섰다.
“뭐야, 싸우려고? 진짜로? 방금 내가 싸우는 거 못 봤어?”
그 웃음을 보며, 나는 이를 악문 채 ‘멸살법’의 페이지들을 떠올렸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그것은 ‘읽는 것’이다.
[전용 스킬 ‘전지적 독자 시점’ 1단계를 발동합니다!]
그리고 녀석의 움직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오른쪽 어깨」
푸슈슛!
「왼쪽 허벅지」
퍼거걱!
읽어도 막거나 피할 수 없는 일격들이 날아들었다. 보랏빛 기운이 감도는 녀석의 주먹이 무자비하게 쏟아졌다.
「배, 배, 배, 배, 배, 배.」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고, 시야가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등장인물 ‘명일상’이 당신의 근성에 감탄합니다.]
[등장인물 ‘명일상’에 대한 이해도가 증가했습니다.]
‘멸살법’에 담긴 정보만으로는 녀석을 이길 수가 없었다. [어둠 파수꾼]을 사냥할 때와는 달랐다. 모든 것을 다 계산하고 싸울 수는 없다.
「강약중간약강약중간약」
쏟아지는 타격과 함께 너무 많은 정보들이 한꺼번에 밀려오자, 조금씩 현기증이 심해졌다. 성흔의 힘을 빌려도 이 정도라니. 이대로라면 승부는 순식간에 갈릴 것이다.
나는 입에서 피를 닦으며 뒤로 훌쩍 물러났다.
······결국 [간평의]를 써야 하나?
마지막 수단이 결국 성좌의 힘을 빌리는 것이라는 게 못내 씁쓸했다. 강력한 위인급의 가호를 받거나 북두성군의 가호를 받는다면 아마 이길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지난번 사건 이후 개연성의 부담도 있고, 무엇보다 성좌들에게 빚을 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길, 나도 재능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남의 재능이라도 훔칠 수 있다면 차라리 그러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 잠깐만. 훔쳐?
둔한 충격이 머릿속을 휘감았다.
지금까지, 내 주요 무기는 ‘정보’였다.
그런데 너무 많은 ‘정보’들이 있다 보니, 정작 필요한 정보들에 관해 깜빡 잊고 있었다.
한심하다. 대체 왜 그 스킬을 잊고 있었지?
당연히 제일 먼저 그것부터 해봤어야 하는 거 아냐?
[전용 스킬, ‘책갈피’가 발동합니다.]
[‘인물 책갈피’가 활성화됩니다.]
[사용 가능한 책갈피 슬롯 : 4개]
[활성화 가능한 책갈피의 목록을 불러옵니다.]
+
<책갈피에 등재된 인물 목록>
1. 망상악귀 김남운 (이해도 35)
2. 강철검제 이현성 (이해도 75)
3. 선동가 천인호 (이해도 20)
4. 빈 슬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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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하나가 추가된 걸 제외하면 딱히 변한 점은 없어 보였다.
나는 빈 슬롯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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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책갈피에 등록 가능한 인물 목록>
1. 독희 이설화 (이해도 10)
2. 미희왕 민지원 (이해도 25)
3. 폭군왕 정용후 (이해도 10)
4. 은둔형 폐인 한동훈 (이해도 30)
5. 예언자 안나 크로프트 (이해도 1)
6. 무장성주 공필두 (이해도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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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한 대로, 목록에 유중혁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녀석은 주인공이니, 특별한 조건이 갖춰져야 열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이외에도 한수영이나 유상아, 이길영 같은 ‘등장인물’이 아닌 존재들도 목록에 뜨지 않았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 내게 필요한 건 그들이 아니었으니까.
얼마간 스크롤을 움직이던 나는, 마침내 원하던 인물을 찾아냈다.
역시 있었군.
이 녀석도 ‘등장인물’이라는 걸 왜 잊고 있었을까.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 인물을 4번 책갈피에 넣었다.
[책갈피 스킬의 레벨에 비례해 활성화 시간이 결정됩니다.]
[활성화 시간 : 30분]
[등장인물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합니다. 해당 인물의 스킬 중 일부를 선택해서 가져올 수 있습니다.]
나는 스킬을 선택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내 몸속에 은빛 폭풍이 불어 닥쳤다.
웅혼한 늑대의 용맹이 내 몸 안에 깃드는 것이 느껴졌다.
빌어먹을, 나는 바보였다.
왜 지금까지 이걸 배우려고 했지?
나는 회귀자도 귀환자도 아닌데.
[등장인물 ‘이뮨타르의 왕자 리카온’이 4번 책갈피에 등록되었습니다.]
[4번 책갈피가 활성화되었습니다.]
나는 독자다.
[「바람의 길 Lv.8」이 활성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싸우는 방식이다.